본문 바로가기
•―········ 삼강의추억

보리 밟기

by 낙동강. 2011. 3. 15.


초등학교가 국민학교라 불리던검정 고무신 사이 흰 고무신 쯤이면
어깨 으쓱이던시절 봄이 채 되기 전에 한두번 날잡아
전교생이 오전에 보리밟기 나가곤 했었지
조근조근 밟고 또 밟아야 보리 이삭 팬다던 선생님 말씀이
무슨 말인고 싶다가도 수업 대신 하는 재미에
남의 밭 맘껏 밟는 재미에 교감 선생님 따라 뒷짐지고
팔자 걸음 흉내내며 꾸욱꾹 밟던 날들
꽁꽁얼어 붙은 땅을 뚫고 쏙 얼굴 내밀어 새싹을 틔우는 강한 보리
언제나 들판에서 봄은 먼저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어린 시절 봄은 보리밭에서 더 빨리 찾아왔던 것 같습니다
우리들은 겨울방학 중에도 한두 차례 보리밟기 행사에 동원되어
논고랑을 따라 일렬로 길게 늘어서서 하나씩 하나씩 밟아나갔습니다
앞 사람의 등을 잡고 칙칙폭폭 기차놀이를 하기도 했던...
봄은 돌돌돌 눈 녹은 개울물 소리에서 옵니다
처녀 가슴마냥 봉긋 솟은 꽃망울에서도 봄은 오고
귓볼을 간질이는 따스한 바람에서도 찾아옵니다
겨울 끄트머리에 초록빛 부끄러움으로 왔습니다
너무 성급한게 아닐까 걱정될 만큼 보리는 계절을 당겨 얼굴을 내밀었고
들판에 속살을 그냥 드러내 놓고도 매서운 바람을 잘 견뎌내는게 신기하기까지 합니다
우리의 지혜로우신 선인들은 입춘에는 ‘보리뿌리 점(占)’을 보았답니다
보리뿌리를 뽑아 가닥이 2개면 흉년이 들고 3개면 풍년이 들 징조라는 것이었습니다
어쨌거나 식물이 사람보다 신통해서
가을 무 꽁지가 길거나 껍질이 두꺼우면 그해 겨울은 길고 춥고
까치가 집을 높게 지으면 여름 물난리가 있을 것이라고 여겼습니다

보리밟기는 건강과 풍년농사를 기원하며 겨우내 서릿발로 들뜬 땅을 밟아
싹이 뜨지 않고 뿌리를 잘 자라도록 하기 위해 초봄에 한다.
겨울 동안 들뜬 겉흙을 눌러 주고 보리의 뿌리가
잘 내리도록 이른 봄에 보리 싹의 그루터기를 밟아 주는 일
가을부터 겨울 동안 밭에서 생육하고 있는 보리를 발로 밟아 주는 작업을 말합니다
보리밟기를 하면 보리의 어린잎에 상처를 주어 겨울이 오기 전에 지상으로 싹이 자라는 것을 억제하고
상처로 수분의 증산이 많아지기 때문에 세포액농도가 높아져서
생리적으로 내한성이 높아진다고 합니다
뿌리의 발달이 촉진되어 뿌리가 땅 속 깊게 파고들 수 있어 겨울의 동상해에 대한
저항성이높아진다고 하는군요
뿌리의 발달이 촉진되면 주변 땅 속으로부터 수분을 흡수하는 능력도커지기 때문에
봄철 가뭄을 막을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의 되는 것입니다
언 땅을 뚫고 새순이 파릇파릇하게 돋아나고 있는 포항시 남구 호미곶 일대 보리밭 둑길을 20일 오후 할머니와 손녀가 다정하게 걸어가고 있다.

"엄마! 밟으면 보리가 죽잖아요"
"아니야. 더 튼튼하게 자라" "이상하네~"
보리밟기는 절간신장 개시전까지 필요에따라 보리골을 밟아주는것을 말합니다
보리 밟기와 수량과의 관계는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2~3회밟아줄때
3~4퍼센트 증수되나 기온이 온난하고 서릿발이 생기지 않는 지역에서는
증수효과가 없다고 합니다.
서릿발이 서면 반드시 밟아주어야 하며 서릿발이 서는 남부지방에서는
월동중 특히 12월 상~중순과 2월 하순경에 밟아주는것이 좋다
월동중 생육이 과도할때 특히 금년처럼 겨울이 따뜻하면 일찍심은 보리는
과도하게 자라기 때문에 밟아주면 효과가 있다 합니다.
밟아 줄수록 아파하지 않고 더 튼튼히 자라나는 보리
시련이 아프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시련의 이겨낸 결과는 클 것입니다
고난이 힘들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고난을 통과한 결과는 아름다운 것
보리밟기가 꼭 필요한 것이듯 우리에게 시련과 고난은 하나의 과정이므로
어렵고 힘겨운 일 닥치더라도 잘 이겨나가는 그런 우리 아이들이었으면 하는 마음 가득하였습니다



 

 

 

 

 
 

 

'•―········ 삼강의추억' 카테고리의 다른 글

6.25의 안타까운 모습들  (0) 2011.03.21
추억의 홍수환의 4전5기  (0) 2011.03.17
마지막 황실 대한제국 사진전  (0) 2011.03.05
한국의 귀한 사진  (0) 2011.02.26
옛 부산 모습  (0) 2011.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