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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강의추억

추억의 화롯불

by 낙동강. 2012. 2. 10.

이렇게 하면 온 방안에 양초냄새가 ‘동천’을 하기 때문에 야단을 맟기 일쑤였다.
초가 타는 냄새가 워낙 고약하여 어른들한테 꾸지람 듣는 것은 당근이었다.
야단을 맞고, 양초공예 놀이가 시들해지면, 도화지(圖畵紙)에 촛동강으로 글씨를 써서 화롯불에 쪼이는 놀이로 바뀐다.


도화지에 글씨를 쓴 후 화롯불에 쪼이면, 묻은 양초가 녹으면서 선명(鮮明)한 글씨가 드러나는데,

이때도 양초냄새가 나기는 마찬가지여서
결국 방에서 쫓겨나는 징벌(懲罰)을 받기도 했었다.

 

 

 

 

 

그 시절의 안방 화롯불에는 어머니의 자식들에 대한 사랑이 듬뿍 담겨 있었다.
겨울철 추운 날, 어머니는 화로의 잿불을 ‘부젓가락’으로 살짝 헤집어놓은 후,

까마귀사촌 같은 자식들의 꽁꽁 언 손을 끌어당겨 녹여주곤 하셨다.


아버지께서도 아이들을 위해 아침마다 화롯불을 만들어 주셨다.
추운 겨울날 아침, 아이들은 고양이 세수를 하고 방으로 후다닥 들어간다.
아랫목은 엉덩이를 대지 못할 정도로 뜨겁지만,

문풍지 틈으로 들어오는 찬 공기 때문에 아이들은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간다.

 


가마솥에 쇠죽을 끓인 아버지는 아궁이에서 활짝 피어 있는 이글이글 한 숯불을 ‘불고무래’로 꺼내

‘부등가리’로 화로에 옮겨 담아 방안으로 가지고 들어오신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던 아이들은 새로 담아온 화롯불 주위에 둘러앉아 손바닥을 펴들고 불을 쬔다.

냉기(冷氣)가 돌았던 방안이 금세 훈훈해지고 어느새 따뜻한 새아침이 시작된다.

 

 

 

 

 

점심때에는 ‘부젓가락’이나 ‘부삽’을 화로 위에 가로로 걸쳐놓고 아침에 먹었던 국이나 된장 뚝배기를 데워 먹는다.

 

 

 

 


혹여 생선토막이라도 있는 날이면 화로에 석쇠를 걸쳐놓고 굽기도 했다.
상이 다 차려지면 아랫목에 묻어 두었던 밥그릇을 줄줄이 꺼내 따뜻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화로는 아이들의 겨울철 ‘주전부리’를 위한 장소가 되기도 했다.


화로에 마른 떡을 석쇠에 올려 구워먹기도 했고, 불길이 사그라졌을 때는 고구마를 잿불에 묻어 두었다가

달콤한 냄새가 나기 시작하면 ‘부젓가락’으로 찔러보며 군침을 흘리기도 했다.
노랗게 익은 군고구마를 젓가락에 꽂아 떠  먹는 동치미 한 사발은 지금의 ‘주스’보다 더 상큼하고 시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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