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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든든한 놈

by 낙동강. 2024. 12. 25.

그를 위해서라면
내 그대를 위해
하루에 담배 한 개비씩
덜 피우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내 그대를 위해
거창한 것은 해주지 못하나

아름답고 든든한
배경은 되어 주지 못하나

아주 작은 티끌 하나로도
그대의 근심은
되지 않겠습니다

그대가 피아노를 연주할 때
악보가 되어 주진 못하나

건반이 되어
소리를 내겠습니다

건반마저 되지 못한다면
그대가 앉아 있는
의자라도 되겠습니다

그대가 시집을 읽을 때
시는 되어 주지 못하나

안경이 되어
활자를 밝히겠습니다

그마저 되지 못한다면
책 사이에 끼여 있는
책갈피라도 되겠습니다

내 그대를 위해
작정한 모든 것이

그대 눈가의 잔주름 하나
지울 수 있다면

세상의 그 무엇이 된들
상관있겠습니까

있는 듯 없는 듯 그대 곁에서
가까이만 있겠습니다

내 그대를 위해
거창한 것은 해주지 못하나

아름답고 든든한 배경은
되어 주지 못하나

행여 티끌 하나라도
근심은 되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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