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웃음방

헌서방 팝니다

by 낙동강. 2010. 8. 11.

서방을 팝니다
헌 서방을 팝니다

반 백 년쯤 함께 살아
단물은 빠져 덤덤 하겠지만 허우대는 아직 멀쩡합니다

키는 6척에 조금은 미달이고 똥배라고는 할 수 없으나
허리는 솔찬히 굵은 편 대학은 나왔으나
머리는 깡통입니다

직장은 있으나 수입은 모릅니다
아침에 겨우 일어나 출근하고 밤늦게 용케 찾아와
잠들면 그뿐

잔잔한 미소 한 번 은근한 눈길 한 번 없이
가면 가는 거고 오면 오는 거고


포옹이니 사랑 놀이니 달착지근한 눈 맞힘도
바람결에 날아 가버린 민들레 씨앗된 지 오래입니다

음악이며 미술이며 영화며 연극이
두눈 감고 두 귀 막고 방안의 벙어리된 지 오래입니다

연애시절의 은근함이며 신혼초야의 뜨거움이며
생일이며 결혼 기념일이며 이제는 그저 덤덤할 뿐

세월 밖! 으로 이미 잊혀진 전설 따라 삼천리 같은
이야기일 뿐 물방울 속에 아련한 무늬로 떠오르는
무지개일 뿐  억줄기일 뿐

밥 먹을때도 차 마실때도 은근한 눈빛 한번
주고 받음 없이 신문이나 보고 텔레비나 보지


그저 담담하게 한마디의 따끈 따끈한 말도없고
매너도 없고 분위기도 모르는지


흔한 맥주 한잔
둘이서 나눌 기미도 없고

일요일이나 공휴일의 들뜨는 나들이 계획도 없이
혼자서 외출하기 아니면 잠만자기

씀씀이가 헤퍼서 말도 잘해서
밖에서는 스타같이 인기 있지만
집에서는 반 벙어리 자린고비에다 술 주정꾼

서방도 헌 서방이니
헐값에 드립니다.

사실은 빈 가슴에 바람 불고
눈 비 내리어 서방 팝니다 헐 값에 팝니다

주정 거리듯 비틀 거리며 말은 하지만
가슴에는 싸한 아픔 눈물 번지고


허무감이 온 몸을 휘감고 돌아
빈 말인 줄 뻔히 알면서도 서방 팝니다

헌 서방 팝니다며
울먹 입니다.

흩어진 마음 구멍이 송송 뚫린듯한
빈 가슴을 두드리며 안으로만 빗질하며
울먹입니다.

'•―········웃음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진달래..사투리 버젼  (0) 2010.08.31
야근하고 오셨다면서  (0) 2010.08.21
술이 왠수여  (0) 2010.08.02
[스크랩] 호텔 모텔 여관 여인숙 비교 분석!!  (0) 2010.06.28
잘난놈&못난놈  (0) 2010.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