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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강의추억

아련한 연탄의 추억

by 낙동강. 2010. 8. 14.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집에서는 갈아줄 연탄이 없어서
가장이 사들고 올 때까지 눈물을 머금고 꺼트리기도 했다.
한번 달궈지면 밤새 따뜻하던 구들장과 달리 얇디얇은 시멘트 방바닥은 금세 식어버렸다.

새벽녘 연탄불이 꺼진 뒤, 아이들은 바들바들 떨고 가게문은 안 열리고
주부들의 가슴은 연탄처럼 새까맣게 타 들어갔다.
그러다 날이 밝으면 부리나케 달려가서 번개탄(착화탄)을 사다가 불을 붙였다.
번개탄이 나오기 전에는 숯불을 피워 살리거나 옆집으로 밑불을 얻으러 다녀야 했다.



추울 때는 무턱대고 불문(공기구멍)을 열어놓았다가 비닐장판을
새까맣게 태우고 연탄은 후르르 타버려 불이 꺼지는 경우도 빈번했다.
연탄을 갈 때 가장 곤혹스러운 건 불붙은 연탄이 서로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을 때였다.

타버린 맨 아래 연탄을 떼어내야 위의 연탄을 아래에 넣고
새 연탄을 올리게 되는데 이게 서로 붙어버리면 난감했다.
성급하게 두드리다가 위 연탄까지 깨지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때는 녹슨 식칼로 떼어내기도 하고 삽 같은 도구를 동원하기도 했다.

연탄구멍을 맞추는 일도 나름 노하우가 필요한 작업이었다.
아래와 위 연탄의 구멍을 잘 맞춰야 쉽게 불이 옮겨 붙는 것은 물론
연탄이 골고루 타고 가스도 적게 발생한다.하지만 이 작업이 생각만큼
쉬운 게 아니라서 초보자들은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며 낑낑거려야 했다.



그렇게 한참 들여다보다 보면 가스를 들이마시게 되어 울렁울렁 어지럼증에 시달리고는 했다.
아궁이에 밀어 넣고 당기던 연탄화덕이 보일러로 진화한 뒤에는 많이 편해졌지만
물통을 연결하는 고무호스가 녹아 뜨거운 물이 쏟아지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렇건 말건 아이들은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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