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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강의추억

추억의 심야 방송

by 낙동강. 2010. 8. 24.





1970년대에 중고등학교를 다닌 세대에게 라디오는 참 소중한 존재였다.
FM 방송이 있기 전 음질도 안 좋았고 라디오를 이리저리 옮기면서
방향을 맞춰가며 들었던 AM 방송.그때나 지금이나 대학입시에 대한 부담감은
청소년 시기의 모든 꿈을 짓누르고 있었고, 밤늦게까지 공부하며 책상머리에서 듣던
심야방송 프로그램은 그나마 우리들의 숨통을 터주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1973년에 인기 있었던 라디오 심야방송 프로그램들중 아직도 그 타이틀이 살아있는
문화방송의 ‘별이 빛나는 밤에’와 당시 동양방송의 "밤을 잊은 그대에게" 그리고
지금은 없어진 동아방송의 ‘0시의 다이얼’, 기독교 방송의 ‘꿈과 음악 사이’가 기억난다.
특히 동아방송의 심야시간 프로그램은 막강했었다.10시 무렵 김세원씨의
‘밤의 플랫폼’은 인기 프로였다. 폴 모리아 악단의 ‘이사도라’가 시그널 음악이었고
짤막한 에세이와 팝송 한두 곡이 소개되는 10분 정도의 짧은 프로그램이었지만 정서적으로
메마른 사춘기 청소년의 마음을 마냥 촉촉하게 젖게 했던 방송이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0시의 다이얼"당시로는 파격적인 노래 ‘그건 너’를 부른 가수 이장희씨가 DJ였다.
콧수염을 기르고 가죽잠바에 오토바이를 타고 다닌다는 그의 존재는여학생들뿐만 아니라
남학생들의 마음도 흔들어 놓았다.어느 날 밤 당대 최고의 인기 작가 최인호, 영화감독 이장호,
여배우 안인숙씨를 "별들의 고향" 촬영 현장과 전화로 연결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들으며
내 가슴은 뛰었었고, 사이먼과 가펑클, 비지스, 비틀스의 노래들을 들으며 하염없이
멍하니 앉아있던 밤도 있었다.

여학생이 보낸 엽서 사연을 들으면서 ○○여고의 방송제가 언제 있는지,
"문학의 밤’이 언젠지도 알 수 있었으니, 인터넷도 휴대전화도 없던 그 시절 라디오는
유일한 정보 획득 수단이기도 했었다.당시 가정에는 주로 트랜지스터 라디오가 있었다.
라디오는 작았지만 소형 ‘배터리’로는 몇 시간 듣지 못했기 때문에 라디오 크기의 2, 3배나되는
대형 배터리를 라디오 뒤에 부착시키고 검은 고무줄로 칭칭 동여매어 사용했었다.

지금처럼 깨끗한 음질의 디지털 사운드는 상상도 못했고,지직거리는 라디오 소리,
더군다나 방송국에서 틀어주던 LP판도 상태가 좋지 않아서 음악이 나오는 도중
툭툭 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그래도 그때의 그 정겨운 아날로그 소리가 그립고,
지금도 가끔 차안에서 그 시절의 팝송이나 포크송을 들으면 아련한 옛 생각에 잠기곤 한다.

- 이상 영화배우 송승환(1957년생)의 원글을 약간 변형한 것이었습니다-

라디오 크기의 2, 3배나 되는 대형 배터리를 라디오 뒤에 부착시키고
검은 고무줄로 칭칭 동여매어 사용했었던 점과 당시의 상황은 송승환씨와
다를 바 없기 때문에 송승환씨의 글을 인용하였다.러브튼에게 다른 점이 있었다면...
러브튼 대굴빡은 음악을 들으면서 공부할 수 있는 멀티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토요일 밤에만 청취했다는 것이고, 교회 학생부에 함께 다니던 여학생과
신청곡을 올려 함께 들은 추억이 있다는 점이다.

러브튼은 고2때부터 법대진학을 목표로 빡시게 공부하기 시작했다.
당시 대입준비 외에는 교회 학생부(고2때 회장이었음) 활동과
토요일 밤에 듣는 심야방송이 전부였다.
한주일의 공부로 지친 대굴빡을 무드음악으로 달래며 대학에 들어가
환상적인 연애를 하고 있는 스스로의 모습을 꿈꾸는 것이 유일한 휴식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대학에 들어가 1년간은 미팅 한번 안하고 독서 등 교양 연마에 주력했고
2학년때는 데모 빡시게 하다 잡혀갖구 군대에 끌려가게 되었기 때문에
러브튼의 연애편력은 군 제대후 복학하면서부터 화려하게 펼쳐지게 된다.
웬만큼 콧대 세다는 여대생들의 꿈많은 가슴도 군복무까지 마친 중후한 느낌을 풍기는
러브튼의 당당한 대쉬 앞에서는 걍 물에 젖은 종이쪼가리처럼 맥없이 찢어지고 말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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