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心 흐드러지게 피었다
봄꽃은 유난히 반갑다. 기나긴 겨우내 오래 기다렸고, 온통 회색이었던 대지와 대비돼 그 색감이 더 강렬하게 느껴지기 때문일 게다. 꽃샘추위로 잠시 주춤하긴 했지만, 봄기운이 완연한 우리 땅은 이제 긋불긋 봄꽃들로 물들기 시작했다. 남녘 땅에서 봄이면 가장 먼저 꽃을 틔우는 매화와 산수유는 다음 주면 절정을 맞기 시작한다. 이에 맞춰 전남 광양과 경남 양산에서는 꽃축제가 개막된다. 봄꽃을 빼고는 봄 여행을 생각할 수 없다. 봄 꽃내음을 만끽할 수 있는 국내의 대표적인 봄꽃 축제를 한자리에 모았다.
◆광양국제매화문화축제
매화는 겨우내 움츠렸던 몸과 마음을 화사하게 만들어준다. 그래서 매화는 봄 축제에 가장 걸맞은 꽃으로 꼽힌다. 매화축제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광양국제매화축제. 올해 축제는 지난해보다 일주일 늦춰져 23일부터 31일까지 열린다. 섬진강을 끼고 있는 전남 광양시 다압면의 청매실농원을 중심으로 섬진마을 일대에 구릉마다 수많은 매화농원들이 있어 10여만 그루의 매화나무에 꽃이 환하게 피어난다. 매화산책로가 조성되고 사진촬영대회·음악회·퍼포먼스·게임 등이 진행되고 갖가지 공연이 펼쳐진다. 매화막걸리 마시기·운문짓기 등 체험행사도 다양하다. (061)797-3714
◆원동순매원 매화축전
호남에서 매화로 유명한 곳이 광양의 청매실농원이라면, 영남에서 가장 먼저 매화가 피는 곳이 경남 양산 원동의 매화농원 '순매원'이다. 순매원 일대에서 열리는 매화축전은 16, 17일 이틀간 열린다. 순매원은 광양의 청매실농원만큼 규모가 크지는 않다. 순매원의 매화나무는 800그루 남짓. 소박한 규모지만, 낙동강변을 끼고 있는 순매원의 옆을 지나는 경부선 KTX 열차와 매화가 어우러지는 풍경이 워낙 빼어나 개화기에는 사진 동호회원들이 몰려든다. 유홍준 교수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이라고 극찬한 그 철길이다. (055)383-3644
지난해 3월 전남 구례군 산동면 일대에서 열린 구례산수유꽃축제를 찾아 봄의 정취를 만끽하는 관광객들. 구례군청 제공 |
해마다 이른 봄이면 15만그루의 산수유나무에 꽃들이 피어나 지리산 자락의 전남 구례군 산동면 일대는 온통 노란색으로 물든다. 올해 산수유 축제는 지난해보다 일주일 정도 늦게 지리산 온천관광단지 일원에서 29일부터 31일까지 진행된다. 구례는 전국 산수유 생산의 70%를 차지하는 국내 최대 산지다. 우리 땅에서 가장 먼저 심어진 것으로 알려진 산수유나무 시목지에서 풍년기원제로 시작되는 축제에서는 산수유 물들이기 등 다양한 체험행사가 마련된다. 산수유 족욕탕이 운영되고 산수유차 마시기 등 건강체험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인근 현천마을은 상대적으로 사람이 적게 몰려 한적하게 산수유꽃과 돌담이 어우러진 풍경을 즐길 수 있다. (061)780-2727
◆창원진해군항제
진해군항제는 역사나 규모, 그 화려함에서 봄꽃 축제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진해에 심어진 35만여 그루의 벚나무가 일제히 꽃을 틔우면 도시 전체가 화사한 꽃구름에 둘러싸인 느낌을 준다. 진해 벚나무는 대부분 왕벚나무로 다른 벚나무보다 꽃의 양이 많고 화려하다. 드라마 '로망스' 촬영지인 여좌천, 작은 간이역인 경화역의 꽃철길 등 벚꽃 명소가 즐비하다. 군항제 기간에는 벚꽃으로 뒤덮이는 해군사관학교가 개방되고, 의장대 시범·불꽃놀이·무용·사진전 등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올 군항제는 진해구 일원에서 내달 1일부터 10일까지 열린다. '벚꽃과 군악의 만남'이 주제로, 벚꽃길의 길이를 늘리고 특별관광열차도 증편했다. (055)225-2341
박창억 기자 danie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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